2005년 8월 21일 일요일 이야기 2
강남구 영동 3교 쪽에 도착해서 조형물을 배치했지만 사람들의 호응이 별로 없었다.
이미 그림이 많이 그려진 상태라 더 그릴 것이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한 때문일까.. 쳐다 보기만 할 뿐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홍보를 하기도 했다.

시범을 보일 겸 같이 온 친구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한 커플이 와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 커플이었다. 반가웠다.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더니 외국인 남성(이름을 물어보니 윌리엄이랜다.)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렸다. 곧 다른 커플이 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까. 나는 오늘을 어떻게 떠올릴까.

나도 붓을 들었다. 매일 손에 잡는 붓이다. 오늘은 양재천에서 붓을 잡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곧 오늘의 해프닝이 마무리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어떻게 마무리 될 지, 어떤 의미로 남을 지 짐작할 수 없었다.



행사를 끝내고 조형물을 다시 차에 실었다. 조형물은 중곡동 산방에 옮겨 놓기로 했다.



다시 트럭에 담겨 떠날 채비를 마친 개똥들을 보니 그동안 보낸 시간들이 스쳐지나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모호했다. '양재천 프로젝트'의 의미는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윌리엄이 그려놓은 그림만이 선명하게 빛날 뿐이었다.






by 중경삼림 | 2005/08/26 00:36 | 트랙백 | 덧글(6)
2005년 8월 21일 일요일 이야기 1
짧지만 길었던 하루를 다시 떠올려 본다.
양재천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옮기는데 사람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친구 세 명을 부르고, 행사 진행을 도와줄 여학생도 섭외했다. 조형물 제작을 도와준 종희씨를 포함해 '양재천 프로젝트'팀은 6명이 되었다. 친구 두 명은 양재천 현장으로 오도록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학교에 모여 조형물을 옮겨 싣기 시작했다.



날씨는 맑았다.
조형물을 설치할 장소(영동 1교)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순백색 개똥을 바라보았다.


'아이스크림이다', '똥이다'하는 소리들이 사람들 속에서 간간이 흘러나왔다. 양재천과 영동 1교 밑 인라인스케이트장 사이의 풀밭에 조형물을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그림 그릴 도구들도 꺼내 놓았다. 아크릴 물감과 붓, 종이컵, 접시, 물통이 차례로 놓여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양재천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전에 꼬마들은 개똥에 붓질을 해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홍보물을 배포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사람들, 산책 나온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얀색 개똥은 컬러풀 개똥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나는 '양재천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단순히 개똥을 치우자는 것이 아니라 개와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개를 사랑하자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춰 얘기했다.
서초구 영동 1교에서의 행사는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강남구 영동 3교쪽으로 이동할 차례.
문제가 생겼다. 개똥을 어떻게 운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차량을 쓸 수있는 장소도 아니었고 손수레도 없었다. 양재천 물에 띄워서 운반하는 방법이 생각났다. 스티로폼은 물에 뜨니까..
그러나, 시험삼아 띄워본 꼬맹이 개똥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왔다. 바람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결국 그것뿐인가.. 개똥을 다 손으로 날라야한단 말인가. 그 먼 거리를!



어쩔 수 없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개똥을 짊어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산책나온 시민들이 웅성거렸다. 몸은 힘들지만 홍보효과는 큰 것 같았다. 행사진행을 도와주러온 현정씨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길 중간에 쉬어가기도 했다.

"개똥 사세요~ 개똥이요" 외쳐보고싶었다.
by 중경삼림 | 2005/08/25 12:49 | 트랙백 | 덧글(2)
2005년 8월 21일 일요일 맑음 - 설치에 앞서
'양재천 프로젝트'는 애완견 배설물 처리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양재천을 사랑하고, 애완견을 사랑하고 같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개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개똥'을 가지고 한바탕 놀아봄으로써 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오늘의 해프닝이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바라며...
by 중경삼림 | 2005/08/21 12:25 | 트랙백 | 덧글(4)
2005년 8월 20일 토요일 맑음 - 개똥 외출 준비 끝
19일 금요일에 조형물 마무리를 끝냈다. 젯소칠로 마감을 하고 사포로 거친 면을 문질러서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조형물은 나갈 준비를 마쳤다.


양재천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난 다음에는 물감을 옆에 준비해놓고 시민들이 조형물에 그림을 그리도록 할 것이다.
조형물을 어떤 색으로 마무리 할지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프로젝트의 성격을 살려서 시민들이 그림을 그려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현장에서 배포할 개똥 수거용 봉투와 휴지,집게도 준비했다.

강남구 치수과에서 건의한 대로 집게는 나무젓가락을 넣기로 했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실속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오늘은 프로젝트 홍보물을 준비했다.


현장에 게시판이나 현수막은 설치하지 않고 개똥 수거용 봉투 겉면에 간단한 홍보물을 부착하여 블로그에 와 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남기는 시민들의 의견이 이 프로젝트의 사후 평가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예상과 달리 날씨가 맑았다. 내일도 오늘처럼 맑을 것이다.
by 중경삼림 | 2005/08/20 22:20 | 트랙백 | 덧글(0)
2005년 8월 18일 목요일 비 - 쉼표를 찍다
비가 온다. 비가오면 조형물 설치가 어렵다.
오후에 서초구청 치수방재과의 실무담당자분이 전화연락을 해왔다.
어제 제출한 서류가 결재 났다고 한다. 조형물을 설치하란다. 그리고 조형물 설치 할 만한 곳을 추천해주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한다. 천둥 번개도 친다고 한다. 조형물 설치는 비가 그친 후에야 가능하니
하늘을 쳐다 볼 수밖에..
by 중경삼림 | 2005/08/18 14:28 | 트랙백 | 덧글(3)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맑음 - 서초구 치수방재과, 강남구 치수과 방문

조형물 표면에 잔금이 생겼었다.


어떤 조형물 표면엔 공기구멍이 많이 생겨서 덧손질도 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덧칠을 시작했다.

17일 오전에는 서초구 치수방재과, 강남구 치수과를 방문했다.

서초구청 4층에 위치한 치수방재과에서 만난 실무담당자분은 친절했다.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양재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화장실 부족' 문제는 양재천에 물이 많이 불어날 경우를 대비해서 제방 위쪽에 화장실이 위치해 있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쓰레기통 부족 및 청소'에 대해서는 쓰레기통을 많이 비치해 놓았었는데 생활쓰레기를 많이 갖다 버려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다만 청소문제에 대해서는 인력이 너무 모자란 상태라 깨끗이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서초구에서 관할 하는 양재천 구역에 배치된 인원이 네명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온 후 배수문제 및 징검다리 잠김 현상'에 대해 배수는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징검다리 잠김 현상에 대해서는 본래 징검다리가 놓인 취지가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므로 비온 후에 잠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그것이 징검다리의 속성이라는 설명이었다.
청소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과장님과 같이 만난 자리에서 조형물 설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문서의 격식을 제대로 갖춘 서류를 꾸며오면(사실 신경써서 문서의 형식을 갖추어서 방문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연락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

이어서 강남구 치수과를 방문했다.

강남구 치수과 하천관리팀은 구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찾아간 곳은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가건물이었다.

전화에서는 모호한 반응이었는데 직접 만나서 프로젝트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개선책에 대해 질문해보니 징검다리 잠김현상에 대해선 서초구와 같은 답변을 해왔다.
식수대 부족문제는 개선해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화장실 부족이나 청소문제는 서초구와 강남구의 입장이 달랐다. 강남구쪽 양재천에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에어컨도 나오는 고급 간이 화장실이 구비되어있었다.

또한 청소인력도 강남구쪽은 서른 세명이나 되었다. 조형물 설치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이 강남구청 치수과의 일을 도와주는 성격이 있으니 필요하면 플래카드도 설치해주고 집게와 봉투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초구의 미적지근한 반응과는 다른 강남구쪽의 반응에 같이 방문했던 기획자 이병희씨와 나는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오후에는 다시 학교 실기실에서 조형물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by 중경삼림 | 2005/08/18 00:54 | 트랙백 | 덧글(0)
2005년 8월 14일 일요일 맑음 - 개똥, 그리고 개똥

매일 이어지는 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불평 한마디 없는 종희씨가 고마울 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핸디코트와 사포를 이용한 수정, 보수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업은 즐겁다. 조형물에 욕심도 생긴다.


조형물이 거의 다 다듬어 지고


어떤 개똥엔 초벌 페인트 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초구 치수관리과, 강남구 치수과에 연락하여 16일날 만나서 '양재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협조가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사포질을 하고나면 바닥에 하얀 가루가 눈처럼 쌓인다. 한 여름에 잠시 겨울을 떠올려본다.




by 중경삼림 | 2005/08/15 12:18 | 트랙백 | 덧글(1)
2005년 8월 11일 목요일 가끔씩 비 - 개똥에 속옷 입히기

개똥 조형물에 색을 입히기 위한 밑작업이 계속되었다.
유성재료가 스티로폼과 직접 접촉하면 스티로폼이 녹기 때문에 조형물의 견고함도 보강하고 유성도료를 지지해주기 위해 핸디코트를 이용해 코팅을 한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스티로폼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꼼곰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겹 정도 코팅을 하고 건조하고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아 아무래도 프로젝트 진행 일정이 더 늦어질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by 중경삼림 | 2005/08/12 04:13 | 트랙백 | 덧글(4)
2005년 8월 10일 수요일 비오다 갬 다시 비오다 갬 - 다듬어진 개똥

대강 각을 잡아놓고 접착 시켜 놓은 개똥을 다듬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치솔처럼 생긴 쇠솔과, 사포를 이용하여 개똥의 면을 부드럽게 다듬어 나갔다.
스티로폼 가루가 눈처럼 많이 날려서 마스크를 써야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전에 일을하고 오후부터 밤까지 진행된 개똥작업으로 다리가 팍팍해졌다.
같이 개똥을 만드는 종희씨도 지친 모습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즐거운 기분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몸을 혹사하지 않기로 하였다.
무슨일이든 즐거워야 한다.

다 다듬어진 개똥의 표면에 핸디코트를 이용해 코팅하기 시작했다. 다시 건조되길 기다려야 한다.

by 중경삼림 | 2005/08/11 15:31 | 트랙백 | 덧글(4)
2005년 8월 8일 월요일 아침과 밤에 비 - 조형물 제작 중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실기실에서 진행되는 조형물 제작은 8월 12일이나 13일 정도에 끝이 날 것 같다.
최종희씨와 나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형물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티로폼은 두세개의 조각이 모여 하나의 개체로 완성되기 때문에 '우레탄 폼'를 이용하여 접착시켜 놓고 건조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크롬선을 연결하여 제작한 열선으로 스티로폼을 절단하는 것은 화상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종희씨가 작업하는 동작은 경제적이고 직관적이다.


나의 작업 모습엔 긴장이 묻어난다.


스티로폼 속에 숨겨진 개똥모양을 찾는 작업은 재밌다. 똥이 거름이 되듯이 나의 '양재천 프로젝트'도 이 여름동안 푹 삭아서 싱싱한 싹으로 피어나길 바래본다.


여름의 식물들은 독기를 품은 것처럼 강렬하다. 사람은 더 강렬하다.
by 중경삼림 | 2005/08/08 23:29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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