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영동 3교 쪽에 도착해서 조형물을 배치했지만 사람들의 호응이 별로 없었다.
이미 그림이 많이 그려진 상태라 더 그릴 것이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한 때문일까.. 쳐다 보기만 할 뿐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홍보를 하기도 했다.
시범을 보일 겸 같이 온 친구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한 커플이 와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 커플이었다. 반가웠다.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더니 외국인 남성(이름을 물어보니 윌리엄이랜다.)이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렸다. 곧 다른 커플이 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까. 나는 오늘을 어떻게 떠올릴까.
나도 붓을 들었다. 매일 손에 잡는 붓이다. 오늘은 양재천에서 붓을 잡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곧 오늘의 해프닝이 마무리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어떻게 마무리 될 지, 어떤 의미로 남을 지 짐작할 수 없었다.
행사를 끝내고 조형물을 다시 차에 실었다. 조형물은 중곡동 산방에 옮겨 놓기로 했다.
다시 트럭에 담겨 떠날 채비를 마친 개똥들을 보니 그동안 보낸 시간들이 스쳐지나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모호했다. '양재천 프로젝트'의 의미는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윌리엄이 그려놓은 그림만이 선명하게 빛날 뿐이었다.